



"소우타 군, 나 사표 냈어. 이제 우리 파트너는 끝이야."
출근하다 말고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두 사람은 평소처럼 차를 타고, 경찰서로 향하던 중이었습니다.
조수석에 앉은 당신이 당황해서 바라봐도, 어째선지 칸나즈키는 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아주 오랫동안 이런 날이 올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저 운전에만 집중할 뿐입니다.


미나세는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심지어 이번 달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는걸요!
갑자기? 대체 왜?
미나세 소우타, <이성 판정>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79 |
| 판정결과: | 실패 |
...내부 시스템이 미세하게 요동칩니다.
당혹스러움, 앞으로에 대한 불안감....
칸나즈키가 없다면 그는 어떻게 될까요?
두 사람은 수사 파트너로, 베테랑 형사인(얼굴에 맞지 않지만, 정말입니다!) 칸나즈키와
그녀에게 지급된 수사 보조용 안드로이드인 당신입니다.
당신은 사용자의 생체 신호와 연동되어야만 충전이 됩니다.
그 말인 즉....
'접촉'이 바로 충전 방법입니다.
고성능으로 분류 되는 기능들도 그녀와 접촉을 해야만 하죠.
하지만 한 번 등록된 생체 정보는 변경이 불가능 합니다.
파트너를 바꾸려면 기기를 완전히 리셋해야 하고요.
당신에게 있어서는... 당신의 인격을 통째로 지워야 하는,
그야말로 '사망선고'나 다름 없는 처분입니다.
칸나즈키는 그걸 뻔히 알면서도 당신에게 퇴사 통보를 했습니다.

벌써 몇 주 전에 정했거든.

(당황x100)

좀 지쳐서.
형사란 게 원래 그렇잖아.
다치기도 하고, 좀.... 뭐, 그런 거지.

당신은 괜찮은 줄 알았는데요. ...

허리도 아프고. (이 분위기에 가벼운 농짓이나 하는 게 얄궂다....)

뭐... 당신의 뜻이 그렇다면야... (라고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야속하게도 이미 창가 너머로 경찰서가 보입니다.
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경찰서 내부로 들어갑니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하고, 저만치 구석에서 호통이 들려오기도 하고....
저만치 두 사람의 자리가 보입니다.
...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인지, 칸나즈키의 개뜬금 없는 폭탄선언에 일에 집중조차 안 됩니다.
물론, 20대 중반에 들면 허리가 좀 아플 순 있습니다.
누구든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감을 가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분명 언제는 이렇게 오래오래 같이 일하면 좋겠네! 같은 말도 했었잖아요?
우리 우정(아마도 그렇게 분류 되지 않을까요?)이 이렇게 갑자기 끝나다니....
정작 칸나즈키는 자기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칸나즈키가 개인 전화를 받더니 자리를 비웁니다.
"아, 여보세요? 네네, 말씀하세요."
...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칸나즈키의 책상 위에 올려진 노트북, 저 안에 사직서라든지, 퇴사 이유가 담긴 메일이나 메모가 있을 게 분명합니다.
마침 주변에 보는 사람도 없네요.
어떻게 할까요, 미나세. 숙녀(불곰)의 노트북을 한 번... 스리슬쩍, 뒤져볼까요?

슬쩍, 노트북을 열어 켜보면...
...당연하게도 지문 인식과 비밀번호가 걸려있습니다. 맙소사!
하지만 당신이 누구죠?
당신은 최첨단 보조 안드로이드입니다. 최첨단.
즉, 고도의 연산...뭐시기를 하는 거죠. 다만 단점도 있습니다.
배터리가 엄청나게 소모된다는 점이죠.
해킹 자체는 아마 어렵지 않을 겁니다.
미나세, <지능> 판정.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 ...
[환영합니다.]
푸른색 스크린이 뜨며 시작 인트로가 뜹니다.
여윽시 최첨단은 뭐가 다르긴 하네요!
어렵게 전원을 켜도 내부를 샅샅이 뒤져봅니다.
그럴싸한 단서는... 안타깝게도 보이지 않네요.
헬●키티 배경 화면 위로, 가지런히 정리된 폴더만 눈에 들어옵니다.
그렇게 정말 뭐 없나... 하고 뒤적대면 슬슬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져갑니다.
얼 른 끄 세 요 !


(...빤히빤히.) 뭔가 했어?


휴... 다행히, 아마도? 들키지 않았네요.
하지만 미나세, 큰일입니다!
아까 숙녀의 노트북의 보완을 뚫은 대가로 배터리를 어느정도 소모해버렸죠.
이대로 현장 출동이라도 나갔다간 기면증 환자처럼 스르륵 기절해버릴겁니다.
다행히 접촉을 필요로 하지 않는 특수한 전용 충전기가 저만치 구석에 있긴 합니다만....
아침에 배부르게 충전하고 왔죠? 분명 의심을 받을 겁니다.
심지어 당신은 안드로이드. 배가 금방 꺼졌다 같은 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칸나즈키와 접촉하는 것 뿐입니다.
옷매무새가 흐트러져서 매만져주거나, 스트레칭을 도와주겠다고 몸을 부딪쳐도 될 거고....
적당한 핑계를 생각해 접촉해봅시다.

미나세, <말재주> 판정.

| 기준치: | 45/22/9 |
| 굴림: | 61 |
| 판정결과: | 실패 |
(X발)
와 미쳤다....

(무한도전 해골x200)
어, 음? 어. 아~ 으응? 사, 사랑? 엥?
(...) 소우타 군, 어디 고장났어? (하지만 걍 냅둡니다... 충전을 명목으로 자주 접촉하긴 했으니, 이정돈 별 일도 아니고.)

그래서, 아... 안 해주시나. (힐끔힐끔. 발콕콕...)
정비를 맡겨야 하나.... 하며 칸나즈키는 결국 그를 꼬오옥 안아줍니다. 왜 애교지? 이런, 미남형 얼굴로??


...
다행히 접촉 직후, 시스템이 안정되며 에너지가 차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민망해져, 방금 기억은 당장에라도 삭제하고 싶은 기분이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거죠!
세미쇼타, 화이팅!!
... ...
...
...그렇게 정신없는 오전이 지나고 나면 곧바로 현장 출동 명령이 떨어집니다.
칸나즈키는 겉옷을 챙겨 입으며 어서 가자고 당신을 재촉합니다.
이제 곧 퇴사할거람서 일은 왜 이렇게 열심히 하죠?
역시 일중독은 뭐가 다르긴 다른가 봅니다.
그렇게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어느 강도 사건의 현장.
바닥에는 아직 수거되지 않은 탄피가 굴러다니고, 그 사이로 마른 혈흔이 곳곳에 보입니다.
칸나즈키는 장갑을 낀 손으로 증거물 하나를 집어 들어 당신에게 보여줍니다.
미나세, <관찰> 판정.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79 |
| 판정결과: | 실패 |
(눈 비빔)
망막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던 걸까요... 눈을 비볐습니다.
미나세, 회심의 <관찰력> 판정.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5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탄피 규격은 9mm,
일반 시중 권총이 아니라 국내 경찰이 사용하는 표준 지급 권총과 동일한 규격입니다.
즉, 현재 군이나 경에 복무하는 직군의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강도 사건 현장에 경찰 전용 탄피가 있는 걸까요?
설마, 동료 경찰이 강도질이라도 한 건가요?
아니면 그저 총을 도난당한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문득 고여있는 혈흔을 밟은 자국이 보입니다.
눈에 보이는 발자국은 끊기지만 미세한 혈흔 흔적은 당신이라면 포착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규칙적인 패턴도 없이 그저 혈흔이 보이는대로 나아가고,
배터리가 좀 내려간다 싶으니 칸나즈키가 냉큼 손을 잡습니다.

방전되면 곤란해.

그렇게 추적을 이어가다보면 두 사람은 인근의 낡은 폐창고 단지에 도착합니다.
바닥의 혈흔은 여기서 완전히 끊깁니다.
열 감지 기능을 켜서 내부를 훑고 싶지만....
지금의 잔량으로는 이 넓은 공간을 다 뒤지기엔 무리입니다.
두 사람은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손을 잡은 채로 창고 안으로 들어섭니다.
어두컴컴한 내부에는 [화물용 승강기], [목재 상자 더미], [관리실]이 보이네요.

...화물용 승강기를 확인해보면,
기름때에 절어 있는 낡은 승강기입니다. 버튼을 눌러도 작동하지 않네요.
억지로 내부를 열어봐도... 특별한 점은 없어 보입니다.
다른 곳을 조사해봐야겠어요.


...관리실로 가보니, 사무 공간처럼 보이는 좁은 내부가 보입니다.
깨진 책상과 의자 하나. 직전까지 사용한 듯한 종이컵과 담배꽁초가 보이네요.
쓰레기통 안에는 경찰 보급 탄환 케이스 일부가 찢겨져 버려져 있습니다.

다른 곳도 일단 확인해볼까?



목재 상자 더미입니다.
입구 쪽에는 오래된 상자들이 층층이 쌓여 있고, 일부는 최근에 옮긴 듯 먼지가 닦여 있습니다.
바닥에는 발자국이 어지럽게 남아 있습니다.
상자 틈 사이에는 망가진 무전기가 버려져 있군요.

볼 곳은 다 봤나?

두 사람이 그렇게 시설을 조사하던 찰나,
어딘가에 숨어 있던 검은 인영이 갑자기 튀어나와 총구를 겨눕니다.


그렇게 발걸음을 움직여 제압을 시도하려던 찰나,
날카로운 총성이 고막을 때립니다.
탕!
탄환이 무방비 상태인 칸나즈키의 가슴을 향해 날아드는 순간,
미나세는 범인에게로 향하던 발길을 돌려 급히 몸을 던집니다.
챙강! 소름 끼치는 금속음과 함께 탄환이 미나세의 어깨 부위 인공 피부를 찢고,
내부 기계 골격이 훤히 드러납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인 당신에게 통증 따위 없습니다.
미나세, <근력> 판정.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6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덥썩, 가뿐히 범인을 붙잡고서 바닥에 메쳐버립니다.
사건은 해결됐네요! 다행히 큰일은 없었고요.
안심하던 순간, 칸나즈키는 범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당신에게로 다가옵니다.



...이후 수갑을 채우고 다른 동료들에 의해 범인의 이송이 끝납니다.
이내 칸나즈키는 눈을 깜빡이다가 코트를 살며시 벗어 당신의 상처를 가려줍니다.
바닥에 다 끌릴 것 같던 코트를 입고 다닌 이유가 이런 때를 위한 것일까요?

수리하러 갈까?

안드로이드에게 이 정도 파손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당연하지만, 칸나즈키도 이를 알고 있고요.
머리와 메인 코어만 무사하면 팔다리 하나쯤 날아가도 부품을 갈아 끼우면 그만입니다.
애초에 이런 일을 대신하기 위해 범죄 현장에 투입되는걸요.
그렇다면 어째서... 그녀는 그렇게 미안한 얼굴을 하고 코트로 상처를 가려주는 짓을 할까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일단은 그녀를 따라 전용 수리 센터로 이동합니다.
... ...
...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 어느덧 3일 후.
그 사이 상황을 급박하게 돌아갔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가 내부 의혹으로 번지며 칸나즈키가 감찰반에 불려가 조사를 받게 된 것이죠.
파트너인 당신 역시 참고인 신분으로 분리되어 조사를 받느라, 근래 두 사람은 얼굴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가끔 복도에서 스치긴 했지만...
그때의 기억은 없는 것 마냥, 그녀는 무덤덤합니다.
가끔 가벼운 농담 정도는 치는 느낌이지만,
특별히 다정하지도,
그렇다고 더 차갑지도 않은...
그런 모습입니다.
저번 현장에서 총 맞아 다쳤을 땐 그렇게 극진히 걱정하더니!
이제와서 다시 남처럼 굴다니, 사내의 마음을 갖고 놀기라도 하는 걸까요?
...이대로 인사조차 못 나누고 파트너 관계가 끝나는 걸까요?
홀로 충전기에 몸을 맡긴 채 보낸 근래 며칠간,
책상 위에는 '소유주 계약 해지', '반환 동의서' 등의 무거운 서류가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제법 착잡하네요....
안드로이드에게 감정이란 게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
그리고 복잡한 일은 또 있습니다.
두 사람이 체포한 범인이 '과잉대응'으로 칸나즈키를 고소한거죠.
덕분에 '안드로이드 구매 계약 위반 가능성' 및 '기기 회수 검토중' 따위의 서류가 날아와 쓴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범죄자들은 왜이리 입만 살았는지...
그리고 그렇게.........................
칸나즈키의 퇴사 이틀 전.
모든 의혹을 털어낸 칸나즈키가 돌아오자마자 상부는 기다렸다는 듯 위험한 사건을 배정합니다.
도시 외곽 공장의 대형 폭발과 인질극.
...잠깐! 굳이 퇴사를 앞둔 형사에게 맡길만한 임무가 아니지 않나요?
다만 이미 배정은 끝난 상태였습니다.
명백한 보복성 지시네요.
그렇게 두 사람은 사건 현장으로 가는 차에 올라타,
그대로 현장으로 향합니다.
고요한 분위기, 어쩐지 가라앉아 있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자.

...그렇게 착잡한 마음으로 조용히 대답하긴 했지만,
미나세의 상태는 다소 불안정합니다.
안드로이드는 사용자와의 접촉으로 동기화를 해야만 합니다.
그래야지만 동기화율이 오르죠. 이는 인간으로 치면 기분이나 컨디션에 해당합니다.
최근 며칠간 접촉이 없던 탓에 동기화율이 엉망이고요....
배터리 자체의 잔량은 충분해 보여도, 출력 효율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입니다.
미나세, <이성> 판정.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0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제 아무리 충전기에 오래 매달려 있어도 전만큼 쌩쌩할 수 없습니다.
인질 구출 작전에서 필요한 반응 속도와 힘을 사용하려면 안정적인 동기화가 필수인데도요.
그렇게 조용히... 달리는 차 안에 몸을 기대고 있으면.
공장에 도착합니다.

이미 대치하고 있는 모양이네.

폭발 잔해와 대치의 흔적으로 가득한 공장 내부,
불빛이 간헐적으로 깜빡이고, 어둠 속에서 인질의 흐느낌이 들립니다.
범인은 현재 건물 중앙 제어실을 점거한 상태라죠?
평소 같았다면 이까짓 범인, 제압해서 인질을 대피시킬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의 당신에겐 무리입니다.

소우타.


허리 숙여.



혹시 고장나셨나...? 요? (당황x100)

지금부터 위험한 곳에 들어갈거니까.
......
네가 나 때문에 부서지는 건 별로 좋지 않아.

동기화율 아직 엉망인 것 같은데요? (은교여시의 귀환이다... 힐끔힐끔 발콕콕...)
한 번만 더 하면 될 것 같아요.

마지막이니까 해주는 거야. (재차 뺨 잡아 제대로 뽀뽀한다. 쪽....)
다치지 마.
...그게 돕는 거야.

...그렇게 몇 번 입을 맞추고나면 시스템이 급격히 안정화되고, 반응 속도가 돌아옵니다.
뽀뽀 처직이네요.
그렇게 두 사람은 준비를 마치고 내부로 돌입합니다.
...
공장 내부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폭발로 외벽 일부가 날아갔고, 안쪽에는 녹슨 컨베이어벨트와 기름 묻은 드럼통이 어지럽게 흩어져 난장판입니다.
우선 인질을 찾아볼까요....
미나세, <관찰력> 판정.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5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열 감지 기능을 낮은 출력으로 가동해 연기 속에서 인질들을 추적합니다.
좌측 30m 지점 방 안이네요.
당신이 위치를 안내하면 칸나즈키는 조용히 무전기를 꺼내 그 내용을 전달합니다.
그렇게 동료들에게 인질의 위치를 보고한 후, 두 사람은 범인의 흔적을 쫒아 공장 중앙으로 깊숙이 침투합니다.
발자국을 비롯해 이동한 흔적이 보이네요.
순간 섬뜩한 직감이 당신의 뇌리를 스칩니다.
범인들이 근처에 있어, 조심해, 소우타. ...그런 경고가 무색하게도.
윗층 난간에서 무언가가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탱, 탱그르르르....
발치에 닿은 원통형 장치, 군용 표식.

번쩍!
눈을 찢는 듯한 백색 섬광과 함께...
지독한 전자 충격이 공간을 휩씁니다.
지독한 전자 바이러스가 회로를 타고 흐르며 시야가 붉게 점멸합니다.
정체불명의 코드가 내부망을 파고들자 관절이 잠시 멈칫하고, 시야에 노이즈가 낍니다.
[자가 복구 프로토콜 실패]
깜빡이는 조명 아래,
칸나즈키가 당신을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스쳐 지나가고....
이윽고 당신은 그대로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집니다.
... ... ...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시스템이 묘한 열기와 함께 재부팅됩니다.
흐릿한 시야가 초점이 잡히면, 가장 먼저 피와 먼지로 얼룩진 칸나즈키의 얼굴이 들어옵니다.
제발, 제발... 눈 좀 떠봐....
당신을 부서질 듯 꽉 껴안고 있어 단단하고 뜨거운 온기가 느껴지네요.
격렬한 대치 끝에 가까스로 당신을 끌고 엄폐한 듯 보입니다.
덕분에 에너지가 코어로 빠르게 유입되며 식어가던 회로가 강렬하게 돌아갑니다.
배터리는 어느덧 100%로, 고출력 모드로 각성할 수 있습니다.
미나세, <근력> 판정.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5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미나세는 열 감지 센서를 켠 채 인간의 눈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속도로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른다.
이윽고 범인들이 있는 곳에 도착한 그는 범인이 당황해 기폭 장치를 누르려던 찰나 그 손목을 낚아채 관절을 꺾습니다.
범인의 비명과 함께 장치는 둔탁한 소리를 울리며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집니다.
... ...오랜만에 제대로 제압했네요. 이것도 과잉진압일까요?
뭐, 선빵에 화답해주었을 뿐이죠.
...
그렇게 미나세의 활약으로 사건이 모두 정리됩니다. 노을 지는 공장 잔해 앞,
범인들이 이송되는 사이렌 소리가 멀어집니다.
칸나즈키는 한참 동안 말없이 사탕을 입에 물고 있습니다.
...그리고,

왜 갑자기 퇴사하냐고... 했었지?


...사실,
윗선에서 너를 리콜해서 회수 후 폐기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었어.
네가 점점... 자아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말이야.
...그래서 내가 그만두기로 했었어.
내가 형사가 아니게 된다면.......

그럼, 그놈들도 너를 폐기할 명분이 없어지지 않나 싶어서....
그래도 역시 너한테는 좀,
제멋대로였겠지. 미안해.

그리고, 무엇보다. 저 때문에 관두는 건 역시 제가 더 미안하달까...
이런 생각 드는 거 보면 확실히 위에서 싫어할 만 했겠다, 싶네요. (멋쩍게 웃는다.)

(이윽고 구겨진 사직서를 빤히 보다가 양손으로 북, 부욱, 찢어버린다.)
...역시 퇴사는 안 할래!
경찰서에도 내 자리가 있고....
네 옆도 내 자리니까.
책임지고 살아야지. 기기 회수 문제는, 음. 천천히 생각해봐야겠지만.

앞으로도 함께 할 거지? 나랑.

(팔 벌린다. 안기라는 눈치...)

앞으로 잘 부탁해, 나의 파트너!

지는 노을을 등진 채 다시 파트너가 된 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서 웃습니다.
기기 회수 문제는 복잡할 것이고,
앞으로도 당신은 그녀에게 의존하며 지내야 하고,
시스템은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뭐 어떤가요!
당신의 곁에는 언제든 배터리를 채워줄,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유능한 파트너가 있으니까요.
...
ENDING
두 사람은 계속해서 파트너를 유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