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ZO;스자쿠 샤쿠네츠] 과거
ㅤ나는 오빠의 빛나는 모습을 좋아했다. 아직 중학생, 주술사로서 활동하기엔 이러나 저러나 나이가 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던 어린 새싹. 그 힘을 칭송 받으며 어린 나이부터 그의 곁에 나란히 설 수 있는 때가 있었다. 황혼 같은 색채, 불길을 연상시키는 강렬하고 유연한 몸짓, 악을 세밀하게 베어내리는 수악의 칼날. 어린 스자쿠 샤쿠네츠에게는 그 모든 것들, 스자쿠 엔쇼라는 남자를 이루는 모든 요소들을 동경해왔다. 오빠처럼 되고 싶어, 오빠처럼⋯ 상냥한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오빠가 하는 일에 기여하고 싶어. 어린 소년들이 특촬물의 주인공을 따라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어린 소녀들이 정의의 마법소녀를 동경하는 것처럼 그녀에게는 자신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손윗형제를 동경하게 됐다. 주술사 세계의 기저에 깔린 편협한 시선들과 손가락질, 비난과 수군거림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스자쿠 엔쇼,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여동생의 시선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있었기에 더욱이 듬직한 오빠로서 살아갔다. 여동생을 지키고 싶었다. 단지 이 위험한 세계에서만이 아니었다. 스자쿠 샤쿠네츠가 일찍이 주술사 세계에 발을 들이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싶었다. 이 바닥에서 주술사로서 살아간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그는 사람을 돕는 것을 좋아하고, 선량한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주령을 베어나가고 있음에도 주술사라는 일 자체에는 적잖은 회의감을 가진 사내였다. 여인을 차별하는 이가 있다. 실력을 비난 받는 이가 있다. 뒤섞이지 못하고 떠나는 이가 있다.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던 스자쿠 엔쇼는, 샤쿠네츠가 하루라도 더 그저 평범한 여고생으로서의 삶을 보내길 기원했다. 그럼에도 그 작은 손이 자신의 손목을 붙잡고, 태양 같은 미소를 보일 때면 단지 아무런 근심도 없는 것처럼, 때 묻지 않은 미소를 보였다.
ㅤ샤쿠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어느 날 그는 물었다. 흉중을 파악할 수 없는 질문 속에서 샤쿠네츠는 단지 순수하게 대답했다. 오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오빠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데? 착한 사람을 위해서 검을 빼드는 사람. 주술사란 건 비술사의 안보를 위해, 주령의 근간을 뿌리 뽑기 위해 움직이는거잖아? 난 말이야, 그런 점이 좋단 말이지. 누군가를 지키는 게 좋아. 그런 사람을 멋있다고 생각해. 아주 오래 전부터⋯ 오빠는 내가 동경하던 사람이니까. 엔쇼는 그것이 마냥 기쁘기만 하다가도, 샤쿠네츠가 자신 하나를 믿고 그저 안일하게 주술사의 세계에 무의미한 동경을 품는 것이 걱정 되었다. 샤쿠, 잘 들어⋯. 나는 너의 의지를 존중해. 분명,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샤쿠네츠는 대단한 주술사가 될 거야. 다른 사람을 구하는 일은 남들보다 아주 조금 손쉽고, 나쁜 마음을 먹을 일도 없겠지. 하지만 샤쿠⋯⋯ 생각보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일에 익숙해. 샤쿠네츠는 진중하게 이야기 하는 엔쇼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주술사의 밑바닥, 상처 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 인간과 인간이 주고 받는 말이 주는 영향. 누군가를 헐뜯기 위해 입을 놀리는 사람과 무력하게 배제 당하는 어떤 사람.
샤쿠네츠, 그럼에도 주술사가 되고 싶어?
ㅤ샤쿠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어느 날 그는 물었다. 흉중을 파악할 수 없는 질문 속에서 샤쿠네츠는 단지 순수하게 대답했다. 오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오빠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데? 착한 사람을 위해서 검을 빼드는 사람. 주술사란 건 비술사의 안보를 위해, 주령의 근간을 뿌리 뽑기 위해 움직이는거잖아? 난 말이야, 그런 점이 좋단 말이지. 누군가를 지키는 게 좋아. 그런 사람을 멋있다고 생각해. 아주 오래 전부터⋯ 오빠는 내가 동경하던 사람이니까. 엔쇼는 그것이 마냥 기쁘기만 하다가도, 샤쿠네츠가 자신 하나를 믿고 그저 안일하게 주술사의 세계에 무의미한 동경을 품는 것이 걱정 되었다. 샤쿠, 잘 들어⋯. 나는 너의 의지를 존중해. 분명,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샤쿠네츠는 대단한 주술사가 될 거야. 다른 사람을 구하는 일은 남들보다 아주 조금 손쉽고, 나쁜 마음을 먹을 일도 없겠지. 하지만 샤쿠⋯⋯ 생각보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일에 익숙해. 샤쿠네츠는 진중하게 이야기 하는 엔쇼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주술사의 밑바닥, 상처 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 인간과 인간이 주고 받는 말이 주는 영향. 누군가를 헐뜯기 위해 입을 놀리는 사람과 무력하게 배제 당하는 어떤 사람.
샤쿠네츠, 그럼에도 주술사가 되고 싶어?
ㅤ눈을 뜬 곳은 새카만 장례복을 입은 사람들의 무리 안. 울음을 참지 못하고 절규하는 어머니의 성음과 흐느끼는 아버지의 목소리. 새카맣게 눈그늘이 진 자신과, 저만치 사진 속에 담긴 익숙한 얼굴. 임무에서 작렬히 전사한 스자쿠 엔쇼를 기리기 위해 스자쿠 가문과 그 가문의 친척들이 모여 있었다. 엔쇼, 엔쇼⋯⋯⋯. 부르짖는 이름의 출처는 다시 땅에서 기어나오지 않는다. 6 피트 아래 묻힌 그는 더 이상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 못한다. 그 듬직한 등, 금방 돌아올게 라든가 기념품을 사오겠다는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자신의 세상이 무너졌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그녀는 자신이 오래도록 동경해오던 이의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오빠라고 생각하며 문을 연 그 곳엔 낯선 사람들이 오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왔었다.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채 곧장 장례를 치뤄야만 했다. 하지만 고작 졸업장 하나를 받지 못한 것이 싫은 것이 아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오빠만을 생각하는 게 싫은 것이 아니다. 샤쿠가 고등학생이 되면, 자연히 주술고전으로 오게 되겠네. 기왕이면 도쿄로 오면 좋겠는걸⋯⋯. 너는 항상 나를 동경한다며 좋게 평가해주곤 했으니까. 가급적이면 멋있는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거든.
ㅤ하지만 오빠, 더 이상 오빠는 이곳에 없어. 내가 주술고전으로 간다고 해도 오빠의 얼굴을 볼 수 있을 리 없어. 그렇지? 대답해주지 않을 것을 아는데도 조용히 읊조렸다. 울지 않았다. 울면 안 될 것 같았다. 어머니가, 아버지가 저토록 서글퍼하니까, 이제 하나 남은 자신만큼은 이곳에서 무너지면 안 된다고. 그런 중압감과 함께 목재 바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그런 자문과 함께 며칠 간의 장례 기간을 보냈다. 친구를 통해 받은 졸업장은 안중에도 없었고, 스스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로잡고 갈고 닦았다. 오빠, 미안해. 나 전부 거짓말했어. 오빠를 동경했던 건 사실이지만, 나는 누군가를 구하고자 하는 숭고한 신념도 없고, 오빠처럼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를 정도의 굳건한 각오조차도 준비 되어 있지 않아. 나는 오빠처럼 될 수 없어. 무서우면 도망칠지도 몰라,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런 나약한 내가 이곳에 남았어. 누군가를 위해 찬란하게 빛날 수 있는 오빠가 아니라, 나약하게 빛만을 낼 뿐인 내가 이곳에 남았어. 오빠가 아니면 빛날 수 없는 내가 이곳에 남았어. 검을 휘두르는 몸짓엔 설움과 자책이 담겼다.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어, 오빠.
결국 오빠의 그림자 아래가 아니면 살아갈 수 없을 테니까.
ㅤ애도를 이어나갈 시간은 더 이상 주어지지 않았다. 이름을 날리던 유용한 주술사인 그가 죽은 뒤로, 스자쿠 가문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본래 당주 자리를 이어 받을 그가 사라졌으니, 다음 당주 자리는⋯⋯⋯. 주술사의 세계는 단순히 능력만으로 인정받고 안온하게 살 수 있을 만큼 형편 좋은 바닥이 아니었다. 어떤 치는 그녀를 여인이지 않느냐며 비웃었다. 태어날 때부터 천성이 약한 그 성별 특유의 특징을 입에 올리며 당주로서의 그릇으론 어울리지 않는다 이야기 했다. 오빠의 그림지 아래에서 살아갔기에 숨겨졌던 결점들이 드러나고, 더 이상 자신을 가려주던 그가 없었기에 그 화살은 어딘가에 빗겨나가거나 막히지 않고 속속들이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왜 오빠가 그런 질문을 했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주술사 세계의 기저에 깔린 본질.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고자 하는 그 순리가 그대로 적용된 곳. 누군가는 너를 헐뜯을지도 몰라. 그 말에 긍정했다. 누군가는 너의 상흔으로 말미암아, 더 상처 입혀도 된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 말에 순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뛰어난 힘을 얻는다면 너를 괴물이라며 멸시할지도 몰라! 그 말에 길을 잃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암전, 암전, 암전, 暗転!
ㅤ─────────────그럼에도 그녀를 사랑하던 이들이 있었다. 사랑받았기에 사랑할 수 있었던 스자쿠 샤쿠네츠에게는 아직 부모님이 남아 있었다. 자상한 목소리가 귓가를 녹였다. 샤쿠, 괜찮아. 엄마랑 아빠는 줄곧 이곳에 있을 거야. ⋯그러니, 너는 어떤 부담도 가지지 않아도 돼. 당주가 되고 싶지 않다면 되지 않아도 돼. 꼭 무언가가 되고자 쫒길 필요 없어. 너는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우리들이 소중히 생각하는 스자쿠 샤쿠네츠란다. 따스한 두 어른의 품에 안긴 채 샤쿠네츠는 희끄무레하게 빛나는 자신의 길을 바라봤다. 해야 할 일, 해야만 하는 일, 그런 것들은 전부 부질 없는 것.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면 돼. 나는, 오빠의 그런 모습을 보고 동경해왔던거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멀리 가지 않기로 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스자쿠 샤쿠네츠는 망설이던 끝에 도쿄 주술 고전으로의 입학을 희망했다. 먼지 쌓인 졸업장을 책상 아래 넣어두고, 연약하게 흔들리는 신념을 바로잡으며. 어떤 이야기에도, 어떤 속삭임에도 단지 불을 밝히며. 그리고, 불을 쫒으며. ⋯⋯아직까지, 나는 오빠만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하지만, 오빠였다면 분명히, 꼭 오빠의 것을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고 해줬겠지. 그렇다면 나, 샤쿠네츠로서 힘낼게. 아주 오래도록, 이 몸이 타들어갈 때까지 작열灼熱할테니까.
그러니, 대답할게.
조금 늦어버렸지만.
나는 여전히⋯⋯⋯⋯⋯.
주술사가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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